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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사적인 공간, 프랑수아 알라르: Visite Privée 리뷰 🌹

by 공간 속 이야기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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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리뷰의 장점, 기록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
지난 23년 초여름에 다녀왔던 피크닉 사진전
<프랑수아 알라르 - 비지트 프리베> 후기이다.
 
전시 얘기 전,
전시가 진행됐던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피크닉이라는 공간은 매력적이다. 
어느 계절에 가나 서울 한복판 같지 않은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여름 초입 피크닉의 모습은 초록초록했다. 
거기에 피크닉의 붉은 벽돌색과
화창한 하늘이 더해지면서
한 층 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프랑수아 알라르(François Halard)는
유명한 아티스트, CEO 등 이름만 들어도
특정 이미지가 연상되는 그런 유명인사들의
사적인 공간을 담는 사진작가이다. 
전시 제목과 같이 프라이빗한 공간을 방문하는
주제로 이뤄진 전시전이었다. 
작가의 사진집 제목과 동일한 사진전이었던
Visite Privée, 공간이라는 곳이 주인의 관심사,
생활패턴 등으로 꾸며진다는 점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눈으로 공간의 디테일을 관찰할 수 있었고
특히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아티스트의 아틀리에를
간접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설렜다.

 
작가의 말처럼,
장소(Place)가 지닌 무드, 소울과
감정을 표현하는 사진들이었다.
누군가는 톡톡 튀는 색감으로
장식한 방 안을 볼 수 있었고, 
어지럽게 펼쳐진 책과 종이, 펜 등
어떤 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먼지 한 톨 없을 거 같은 깨끗하고
모던한 공간을 엿보며 나는 어떤 공간을
선호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공간이라는 것이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도 포함된다. 
밖에서 바라본 장소의 모습은
내부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라이빗한 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불투명한 창으로 디자인된 외부 공간도 있고, 
탁 트인 공간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집도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와 조화롭게
생활하는 외부 공간도 있었다. 
거대한 바위를 벽면으로 삼는 집처럼.

 
공간이라는 곳은 하얀 백지에서 시작해
개인의 취향이 묻어나게 되는데
알라르 사진전을 통해서 개인의 취향이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벽지부터 시작해 가구와 그 속의 소품들,
단순히 디자인, 색상만 다른 게 아니라
그 속의 디테일도 다채로웠다. 
주전자 하나도 입구가 둥그렇기도,
삐죽 세모나기도 하며
손잡이의 라운드가 얼마나 깊은지,
뚜껑은 있는지 없는지 등등등
수많은 디테일의 차이가
그 사람이 어떤 이인지 정의할 수도 있고,
어쩌면 정의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개인의 존재를 하나의 키워드나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상기할 수 있었던 사진전이었다. 
 

 
작가가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만의 관점을 탐색해볼 수 있다.
특별해 보이지 않은 요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물들을
집중하는 관찰력이 신선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오브제 하나하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도 궁금하고, 
사진이라는 툴을 활용해 공간의 매력을 표현하는
작가의 관점도 신기하다. 
언젠가 어렸을 적 나도 예술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깊이감있는 예술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있을까 싶다. 

 
프랑수아 알라르가 남긴 또 하나의 글귀
'예술가가 죽은 후 남겨진 공간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곤 한다'
'존경하는 사람들의 생애를 기억하고 해석하며,
그 삶을 연장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다.'
공간과 흔적을 이야기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앞서 말한 개인의 취향을 흔적으로 남긴 곳
누군가의 방, 작업실 혹은 사무실이다. 
 
내 방은 나의 어떤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까. 

 
나도 나름 프랑수아 알라르처럼(?)
피크닉이라는 갤러리 공간을 나만의 눈으로 찍어보았다. 
날씨가 다 한 거 같지만.
화창했던 여름날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
의미 있던 사진전, <Viste Privée>였다. 

 
 
또 한 번, 피크닉에선 2024 여름날
어떤 전시를 진행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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