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전시회는 언제나 눈이 즐거워서 찾아다니는 편이다.
일리야 밀스타인 작가의 <기억의 캐비닛> 전시는 눈도 즐거운데
숨은 그림 찾기라는 숨겨진 디테일에 더 큰 즐거움을 주었다.
일리야 밀스타인을 알게 된 건 내가 가장 좋은 책이자 주변에 언제나 추천하는 책인
김영민 작가의 <공부란 무엇인가>의 표지 디자인의 작품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기 때문이다.
책이 가득찬 서재 가운데에는 넓은 책상이 있다.
커다란 액자인지, 맑고 맑은 창문인지 모를 프레임 속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
그 모습엔 편안함도 쓸쓸함도 굳건함과 외로움도 담겨 있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의 일러스트를 인상 깊게 보았는데
그 그림의 작가가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것도 놀랬고, 한국에 전시를 연다는 것에 반가웠다.
작년 2023년 9월부터 시작한 전시는 2024년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리야 밀스타인 작가의 첫 번째 매력은 앞서 말한 숨은 그림 찾기의 고수라는 것이다.
꽉꽉 채운 일러스트 속엔 일상의 모습과 함께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요소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의 것들이 담겨있다.
담겨 있다 못해 넘치는 듯하다. 곳곳에 표현된 기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로고 찾는 재미도 흥미롭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르는 작품들이다.
역사적, 정치적, 상식의 그 사이에 있는 도구들을 그만의 다채로운 색감과 구도로 표현해 냈다.
그리고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색감이다.
결코 같은 색이 아니다. 녹색 범주에 있으면서도 노란색 혹은 붉은색과의 경계에 머무는 색상도 있고
다양한 컬러와 또렷한 색감을 보면 세상에 색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동일한 색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 제각각의 빛을 뿜어내는 색을 보면서 또 감탄한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색을 창조했을까.
작품의 색감을 또 돋보이게 해 준 것은 갤러리 인테리어였다.
컬러 팔레트를 각 테마에 맞춰 배치했고, 작품이 묻히지 않고 더욱 집중될 수 있도록 구상한 백그라운드가 조화로웠다.
또 다른 매력으로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적은 수의 작품만을 담은 짧은 전시는
때때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때도 있지만, 아쉬운 점이 더 크게 기억에 남는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수량도 비교적 많다고 느껴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하나의 작품 속에 여러 요소가 담겨 있어 더 풍성하게 느껴졌던 거 같기도.
전시는 작년 가을에 다녀왔지만, 리뷰는 이제야 쓰는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지금도 진행 중인 일리야 밀스타인 전시전을 꼭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은 내가 일리야 밀스타인을 알게 해 준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미래의 나의 공간에도 이런 서재로 가득 차길 바라며,
이왕이면 그림보다 창밖이 푸르른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공간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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