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태풍 카눈을 뚫고 다녀왔던 부산 여행
비바람이 몰아치고 바로 다음 날,
깨끗하게 미세먼지든 뭐든 날려버리고 나서
하늘이 청량했다. 오랜만에 햇빛을 바라본 아침이라
일찍 나와 부산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와 급히 약속을 잡고
부산역 근처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곳곳 부산의 옛 흔적들이 남은 거리를 돌고 돌다가
우연히 마주친 옛 백제 병원 건물이었다.
정말 오래된 건물이다. 싶어서 검색해 보았더니
1920년대 지어진 의료시설이고 현재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병원으로 지어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주인을 만나 중국 영사관이기도 했고
예식장과 중국집, 무도회장 등 여러 변화를 거쳐 지금은
층층마다 사업 용도로 이용되고 있었다.
벽돌건물로 이루어진 건물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1층은 브라운핸즈 백제점이었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창비 출판사의 '창비 부산'이 위치해 있다.
창비 부산은 추후에 리뷰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건물 구조는 보존하는 동시에 필요한 부분을 개조한
브라운핸즈 카페이다.
사실 브라운핸즈라는 브랜드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조각가와 제품 디자이너가 만나 만든
가구 공방이자 가구 브랜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카페 내부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들도 보였고
언밸런스한 밸런스로 옛 건물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톡톡 튀는 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페 벽면을 보면 벽돌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고
심지어 벽면이 까져있기도 하고, 색상이 모두 들쑥날쑥하고 그런데
그 자체로 멋있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는 그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브라운드핸즈 백제점이었다.
그리고 벽면에 목조 창이나 문을 만들어
차가울 거 같은 벽을 따뜻하게 연결해 주고 있었고,
구석구석 붉은색 조명들이 목조 가구와 어울려
아늑한 분위기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벽면을 뻥 뚫어 놓아
건물 내부인데도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비좁지 않고 여유로운 공간인데 그렇다고
공허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조명이 따스하게
곳곳에 켜 놓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의자와 테이블도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색상부터 알록달록 카페 안의 활기를 띄어주는 포인트들이었고
하나도 같은 모습의 가구가 없던 거 같다.
각자 색깔도 모양도 달랐다.
100년의 역사를 지우지 않고
틈틈이 비어있는 곳을 현재의 모습으로 채운
그런 장소였다. 부산역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고 산책하기에도 재미있는 동네였다.
부산여행이 계획되어 있다면
역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옛 백제병원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뿐 만 아니라 창비 부산이라는 공간을
다녀오는 것도 의미가 있기에.
옛 백제병원에 위치한 브라운핸즈 백제점
부산 동구 중앙대로 209번 길 16
브라운핸즈 백제점
부산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 (초량동 467)
place.map.kakao.com
'CAFE & BA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와 고요함, 커피프론트 coffee front 부산 리뷰 ☕️ (2) | 2024.02.09 |
---|---|
스페인 남부 츄러스 맛, 글루 글루 Gluu Gluu 리뷰 🇪🇸 (2) | 2024.02.08 |
제주 감귤 따러 가자, 감따남 리뷰 🍊 (5) | 2024.02.03 |
드라이브하다 마주친 도넛집, 도너티 리뷰 🍩 (2) | 2024.01.27 |
LTP 한남 카페 리뷰 🥪 테라스에서 반짝이던 브런치 (2) | 2023.05.10 |